인테리어 공사 3주차

텅 비어있던 상가와 함께 저희 또한 진정한 CHEESYLAZY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인테리어 공사 3주차

처음 공사를 계획할 때 생각한 인테리어 기간이 3주였습니다. 하지만 3주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할 일은 잔뜩 남아있어요. 이런저런 이유로 공사가 길어졌지만 별 탈 없이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니 하루하루가 새롭습니다. 매일 택배가 도착하고, 벽과 가구에 색깔이 생기고, 자잘한 소품들이 공간에 들어서고 있거든요.

새로운 물건을 살 때마다 가게에 담고 싶은 저희만의 취향을 고민하게 됩니다. 백지상태에서 우리의 것을 만들다 보니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더 선명해지는 것만 같아요. 텅 비어있던 상가와 함께 저희 또한 진정한 CHEESYLAZY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쇼핑

목공 작업이 끝나고 나니 크고 작게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 철물점 '형제상사'에 들렀어요. 규모가 커서 살 것을 찾는 데 한참이 걸렸어요.
가구 페인트칠은 직접 할 생각이기 때문에 스테인과 바니쉬를 샀습니다. 붓, 통, 스펀지 등 필요한 재료를 한곳에서 살 수 있어서 편리해요.
변기처럼 큰 물건은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배송비가 너무 비싸요. 직접 살펴 보고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변기, 세면대, 수전, 휴지 걸이를 사기 위해 건재상에 들렀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첫 가구 쇼핑! 저희는 필요한 가구 대부분을 목공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의자만 구입하면 되는 상황이었어요. 제주에서 가장 배송 받기 어려운 것 중 하나이지요. 여러 쇼룸을 전전하다 결국 정착한 곳은 '제주의자'. 중고와 새 제품을 함께 취급하는 가게인데, 천갈이와 수리를 하는 곳이라서 의자 상태가 좋고 종류도 다양했어요. 의자 10개를 약 50만 원에 데려왔답니다.
집 근처 조명 가게도 살펴봤습니다. 조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격 차이가 크지 않더라고요.

3일간의 페인트칠

목공이 끝난 바로 다음 날 페인트 공정이 시작됐습니다. 무려 3일간의 작업인데요. 사실 페인트칠은 오래 걸리지 않아요. 페인트칠을 하기 전에 비닐과 테이프로 나머지 부분을 보양하고, 석고보드 사이를 메꾸고, 벽을 평평하게 만드는 작업이 정말 오래 걸립니다.
틈을 채우는 퍼티 작업만 이틀입니다. 틈만 채우는 것을 '줄 퍼티'라고 부르는데요. 저희는 1차 퍼티를 줄 퍼티로 진행했습니다. 퍼티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벽이 갈라진다고 해요. 보수가 어렵기 때문에 처음 할 때 꼼꼼하게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외부 1차 페인트칠도 진행했어요. 애매모호한 색깔을 보여 드리면서 '이렇게 해주세요!' 했는데 색깔을 찰떡같이 맞춰주셨답니다. 역시 프로는 다릅니다.
외부에 2차로 도장할 페인트는 눈앞에서 바로 조색하셨어요. 여러 색깔을 조금씩 섞어가면서 어떤지 물어보시는 모습이 아티스트 같았습니다.
보양을 꼼꼼하게 하고 이른바 '뿜칠'을 시작합니다. 기계로 페인트를 뿌려대는 작업인데요. 약간의 질감을 주기 위해 '슈퍼화인' 공법으로 작업했습니다.
완성된 외부 모습이에요. 톤이 다운된 레몬색을 원했는데, 저희가 생각했던 바로 그 색깔이에요. 자세히 보면 조금 거친 표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차 퍼티는 면을 모두 채우는 '올 퍼티'로 작업합니다. 올 퍼티로 하면 벽이 평평해져서 결과물이 더 보기 좋아집니다.
퍼티가 모두 마르고 나면 샌딩을 합니다. 목공 작업을 할 때 보다 더 많은 먼지가 나와요. 사진에 뿌옇게 일어난 먼지가 보이시나요? 작업이 끝나고 청소하느라 조금 고생했어요.
샌딩이 끝나고 나니 페인트칠은 엄청 빠르게 끝났어요. 따뜻한 하얀색으로 대부분을 칠하고 벽면 일부를 예쁜 노란색으로 채웠습니다. 작업이 끝나고 다함께 가게를 바라보며 '색깔 잘 빠졌네!'를 외쳤어요. 편안하지만 평범하진 않은 가게. 페인트칠을 마치고 나니 완성된 모습을 향해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직접 할 차례

페인트 공정이 끝난 후 부지런하게 가구 도장을 했어요. 아버지가 친구분께 빌려온 샌딩기로 표면을 매끄럽게 밀어준 후 스테인을 4회 바르고, 바니쉬를 최소 3회 바릅니다. 사이사이 사포질도 해주어야 하므로 시간이 꽤 오래 걸려요. 하지만 정성을 쏟을수록 예뻐지는 나뭇결을 보면 정말 보람찹니다.
옷이나 가방이 쓸릴 수 있는 모서리에 바니쉬를 듬뿍 발라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어줍니다. 서투른 실력이지만 할수록 조금씩 늘어가고 있어요.
단조롭지 않도록 여러 나무색을 내고 싶었어요. 큰 부분부터 조금씩 완성하면서 잘 어울릴만한 색깔을 골랐습니다. 머나먼 서울에서 건너온 친구가 페인트칠을 도와준 덕분에 더 빠르게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고맙다 친구야!
목수님이 잘라주고 가신 테이블 상판에도 색을 입힙니다. 스테인을 바르면 나무의 결이 살아나요.
조금씩 색이 채워지고 있는 CHEESYLAZY 입니다.
퇴근 후에는 주말에 사둔 지점토와 철사로 작품(?) 만들기에 돌입합니다. 이 호일과 철사 덩어리는 과연 무엇이 될까요?
미리 만들어둔 골격 위에 지점토로 살을 붙여 다듬어 주면...
짜잔! 샌드위치를 우걱우걱 먹는 건장한 돌하르방입니다. 잘 말리고 색을 입혀서 가게에 세워두려 해요. CHEESYLAZY를 지켜줄 수호신입니다.

조금씩 완성하기

주문해 둔 의자를 배송받은 날입니다. 인테리어를 완성하는 것은 작은 디테일인 것 같아요.
페인트칠이 끝나도 조금 심심한 모습이었는데 가구와 소품이 들어오면서 다채롭게 변했어요.
첫 주방기구 인덕션도 설치했습니다. 가스레인지와 인덕션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는데요. 초기 비용은 비싸지만 가스비 보다 전기세가 더 저렴할 것 같아서 인덕션을 골랐어요.
마지막 마감 공정인 타일 시공까지 마쳤습니다. 흔한 정사각 하얀색 타일 대신 크고 어두운색의 타일을 골랐어요. 살짝 거친 질감과 패턴 덕분에 공간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스테인과 바니쉬를 칠한 상판에 미리 사둔 테이블 다리를 달아줍니다. 자리를 잘 잡고 드릴로 간편하게 설치했어요.
의자에 이어서 드디어 책상이 생겼습니다. 가구 도장을 시작한 지 무려 4일 만이에요. 칠해야 할 가구가 아직 많이 남았지만 책상과 의자를 제자리에 두고 보니 참 예쁘더라고요. 마침 저녁 해도 깊숙하게 들어오고요.
배관만 덩그러니 놓여있던 구멍에 에어컨 본체도 설치했습니다. 뻥 뚫린 자리가 꽉 차고 나니 깔끔해졌어요. 20평 정도의 공간이기 때문에 2배 용량인 40평형 에어컨을 설치했습니다. 이제 다음 주면 다른 주방기기도 모두 입고되는데요. 조금씩 채워지는 가게를 보고 있으면 하루라도 더 빨리 완성된 모습을 보고 싶어져요.

남은 공정

  • 주방 기기 및 가구 입고
  • 설비 마무리 (수도 사용기기 설치)
  • 전기 마무리 (조명, 스위치, 콘센트 설치)
  • 닥트 마무리 (환풍기, 주방 후드 작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