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 시기 극복법

노잼 시기의 핵심에는 허무함이 있었다.

노잼 시기 극복법
'아무것도 하기 싫다...'

쏟아지는 햇빛, 꿉꿉하고 습한 공기, 끈적한 피부. 혹독한 여름 속 나는 인생 노잼 시기를 지나고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밖으로 나가기 싫다. 뭘 먹기도 싫다. 제주에 살면서 바다 한 번 다녀오지 않은 내가 싫다. 하지만 바다에 가기도 싫다. 이렇게 '싫다 싫다 싫다'의 꼬리를 물다가, 나는 결국 원하지 않는 곳에 닿아버렸다.

'아, 출근하기 싫다.'

내가 하고도 스스로 놀란 생각이었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내가 고민 끝에 시작한 것이 식당이었으니까. 너무나 허탈했다. 자비 없는 더위와 열 많은 체질 때문에 이렇게 지치는 걸까? 가볍게 넘기기에 내 고민은 꽤 심각했다.

네이버에 '인생 노잼 시기'를 검색하면 나오는 공통 증상이 있다.

  • 뭘 해도 재미와 흥미가 없다.
  • 나가기 귀찮고 별것 아닌 일로 우울하다.
  • 지금 하는 일에 회의감이 든다.
  •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걱정된다.

‘완전 지금의 나잖아?’라고 생각하다가 금세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매사 재미없는 건 이해하겠는데, 일에 대한 회의감과 불안이 드는 건 무슨 이유일까? 생각해 보면, 축 처진 몸뚱이와는 반대로 내 머릿속은 일에 대한 잡생각으로 가득했다. 들이는 노력에 비해 성과는 작게 느껴지고, 이게 정말 의미 있는 일인지 의심이 들고, 과연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그러다 결국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한숨 쉬면서, 인생이 덧없이 느껴지고 일의 재미는 더 희미해졌다.

노잼 시기의 핵심에는 허무함이 있었다. 허무함에서 벗어나고자 일에 몰두하다 보면, 일의 재미보다 의미에 집착하게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  내가 하는 일에도 대단한 의미는 없었다. 애초에 즐거운 일을 하겠다고 시작한 일에서 나는 왜 줄곧 의미를 찾고 있던 걸까? 없는 것을 찾겠다고 발버둥 쳤으니 어느 순간 탈진하는 건 당연했다.

치지레이지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고 블로그에 처음 올렸던 글을 다시 꺼내 읽어 본다. 대단한 목적의식을 쫓는 대신 현재에 집중하고 만족하는 마음.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런 게 아닐까.

남편과 '제주도에 비건 샌드위치 샵을 열어보자'고 이야기했을 때, 그건 목표가 아니라 설레는 우리의 마음이었다. 목표가 마음에 들었다고 해도 그 순간 충분히 설레지 않고 충분히 찌릿하지 않았다면 (많은 일에 그러했듯)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브랜드의 이름을 'CHEESYLAZY'로 지었던 최초의 이유는 그저 똑떨어지는 어감 때문이었지만 이 이름을 진지하게 사랑하게 된 건 'lazy'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이 일만큼은 내가 지금껏 해왔던 그 어떤 일보다 게으르게 하고 싶다. 목표 없이 자유롭게, 순간에 몰입하면서.

+ 노잼 시기 극복을 위한 여러분만의 조언을 들려주세요.

저를 이곳에서 구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