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불을 기다리며

새로운 길을 만들 때 참고할 해답은 어디에도 없다.

초록불을 기다리며
Photo by Randy Tarampi / Unsplash

횡단보도. 초록 불을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수십 명이 같은 선상에 멈춰 있는 모습이 오늘따라 어색해 보였다. 초록 불이 켜지고 앞으로 걸어가면서 나에게 물었다. 나는 왜 한 번도 신호등을 의심한 적이 없을까.

어른도 어린이처럼 질문해야 한다. 인간만이 주어진 본능, 정해진 환경을 거스르며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직업, 관계, 건강. 무엇이 됐든 '왜?'를 묻지 않는다면 정해진 쳇바퀴에 들어가 빙글빙글 돌 수밖에 없다.

치지레이지는 비교와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다 생긴 프로젝트다. 전 세계를 뒤져도 비건 샌드위치샵은 많지 않다. 웹사이트에 레시피를 공유하고,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는 요상한 비건 샌드위치샵은 더욱이 우리밖에 없다.

치지레이지는 샌드위치 가게라면 하지 않을 선택을 한다. 식당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야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 사장은 샌드위치 팔아 돈 버는데 흥미가 없다. 우리가 가진 공간, 음식, 미디어로 어떻게 하면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을지 머리를 굴릴 뿐이다.

새로운 길을 만들 때 참고할 해답은 어디에도 없다. 초록 불이 없어도, 우리는 알아서 고민하고 결정한 다음, 당당히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