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 할 수 있는 일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가치는 무엇일까?

사람만 할 수 있는 일
Moley Robotics

기술은 식당을 바꾸고 있다. 어느새 손님은 키오스크나 태블릿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로봇은 치킨과 피자를 만들고 서빙한다. 기계가 요리하는 광경이 놀랍지 않은 시대에 식당 사장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가치는 무엇일까?

기계와 인간

치지레이지는 이미 여러 기계의 도움을 받고 있다. 오븐과 발효기 덕분에 빵을 굽고, 블렌더로 소스와 스프를 만든다. 냉장고, 포스기, 반죽기, 환풍기, 식기세척기. 가게를 조금만 둘러봐도 사람보다 기계가 더 많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나와 기계의 관계는 앞으로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여태까지 기계를 도구로 사용했지만, 기계와 동료로 일할 날이 머지않았다.

대체 가능한 사장이 되고 싶지는 않다. 발전하는 기술이 몰고 올 충격을 이겨내고 '작지만 오래가는 가게'를 이뤄내려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Wilkinson Baking Company가 개발한 빵 자판기 BreadBot. 믹싱, 성형, 제빵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화해서 한 시간에 빵 10개를 구워낸다.

창의성

내가 하는 일이 창의성을 요구하는지 검토해야 한다. 정해진 레시피를 따라 효율적으로 조리하는 일은 기계가 코드를 통해 학습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통해 기존에 없던 레시피를 만들어내는 건 (아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여러 로보틱스 회사가 후라이드 치킨, 페퍼로니 피자, 치즈 버거와 같이 대중적인 메뉴를 자동화하는데 주력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기계는 '프랜차이즈화' 할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데 뛰어나다.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식당이 목표라면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독창적인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

피자 자판기 Piestro는 3분 만에 갓 만든 피자를 서빙한다.
Spyce Food가 개발한 로봇은 3~4분 안에 음식을 조리한다.

관계

만약 모든 식당이 효율과 가성비로만 경쟁한다면 기계가 언젠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밖에 없다. 365일 24시간 음식을 찍어내는 자판기야말로 완벽한 패스트푸드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많은 손님이 식사가 아닌 경험을 기대한다. 음식이 맛있어도 불친절함을 겪은 손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손님과의 관계는 오직 사람만이 형성할 수 있다. 손님이 음식보다 더 큰 가치를 얻고 나가는지, 서비스와 공간이 손님의 감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Miso Robotics가 만든 로봇은 이미 Chipotle나 White Castle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튀김과 버거를 만들고 있다.

경영

치지레이지는 단기적으로 최악을 대비하지만 장기적으로 이상을 꿈꾼다. 다르게 말하면 '당장 내일 망할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어떻게 하면 100년간 가게를 꾸려갈 수 있을까' 고민한다.

기계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물론 기계의 판단력이 더 정확하고 빠를 수 있지만, '치지레이지'라는 특수 상황을 사장인 나보다 더 깊게 통찰할 수 없다. 고용인의 자리는 로봇에게 넘겨준다 해도 고용주의 역할만큼은 쉽게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사장 두 명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가 음식을 만들고 파는 것 그 이상을 고민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