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모임을 회고하다

마음이 맞는 아름다운 손님 4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회고 모임을 회고하다

12월 18일 일요일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치던 날, 2022년을 돌아보며 함께 대화하는 '회고 모임'을 가졌다. 치지레이지가 진행한 첫 모임인 만큼, 모임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얻은 배움을 글로 정리해 두고자 한다.

왜 하필 회고인가

회고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꾸준히 가꿔 온 나의 습관이다. 모집 글을 작성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회고의 가치를 정성껏 설명했고, 모임이 무려 5시간이나 걸린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화가 많은 모임이니 열린 마음으로 신청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장벽이 높은 모집 글을 읽고 신청하는 손님이라면 우리와 마음이 잘 맞을 거라 믿었다.

식당에서 회고 모임이라니, 뜬금없다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모임을 통해 우리와 비슷한 친구를 만나고 싶었다. 취향이 닮은 손님을 만나려면 우리가 진심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모임의 주제로 삼아야 했다. 공지를 올리고 5시간 만에 인원 모집이 마감됐다. 그렇게 치지레이지와 마음이 맞는 아름다운 손님 4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진솔하고 편안한 대화

모임을 기획하면서 '다정한 사람과 함께하는 진솔한 대화'를 상상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공유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신청할 때 자기소개나 발표를 걱정하는 손님이 있었기 때문에 고민이 더욱 많았다. 간단한 자기소개도 누군가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모임을 준비하며 작성한 노트. 작은 부분도 세심하게 기획했다.

우선 회고 방법을 설명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들였다. 긴 시간 대화하는 자리인 만큼, 눈높이가 맞지 않아 대화가 어긋나면 모임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세한 설명 덕분에 회고가 낯설고 어색한 손님도 큰 어려움 없이 대화에 참여할 수 있었다.

발표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몇 가지 장치도 준비했다. 자기소개 가이드를 제공했고, 발표 순서를 미리 알려드려서 본인의 순서가 오기 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질문을 하거나 의견을 더하기 쉽도록 '언제든 이야기를 보태 달라'는 멘트도 잊지 않았다.

초반에는 모든 것이 조금씩 어색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분위기는 부드러워지고 대화가 편안해졌다. 각자의 2022년은 서로 다른 모습이었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끊임없이 나왔다. 솔직하고 다정한 사람들 틈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딱히 없었다. 어느 순간 내가 진행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고 갔다.

도란도란 대화에 빠질 수 없는 맛있는 음식. 긴 시간 지치지 않도록 따뜻한 차와 간식을 마련했다.
못다 한 대화는 치지레이지가 준비한 비건 음식을 먹으면서 이어갔다. 예정한 시간은 5시간이었지만 모임은 6시간이 넘어서야 끝이 났다.

치지레이지만의 콘텐츠

모임을 준비하면서 설레는 마음과 동시에 걱정이 많았다. '남들도 회고를 재밌다고 생각할까? 돈 내고 참여했는데 실망하시면 어쩌지?' 준비할수록 회고가 특별한 콘텐츠로 느껴지지 않았다. 참여하는 손님에게 얼마나 큰 만족감을 드릴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우려와 달리 모임은 대성공으로 끝났다. 왜 이제야 해봤을까 싶을 정도로 회고가 좋았다는 피드백, 이토록 좋은 대화는 아주 오랜만이었다는 후기. 나에게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울 수 있다니. 나다운 경험일수록 더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연말마다 늘 하던 회고지만, 손님과 함께하니 나에게도 특별한 추억이 됐다. 앞으로도 모임을 통해 치지레이지 냄새가 짙게 밴 콘텐츠를 쌓아가고 싶다.

+ 회고 모임 자료를 공유합니다.

모임을 위해 작성한 발표 자료입니다. 자료 안에 있는 설명에 따라 집에서도 한 해를 스스로 회고할 수 있어요. 2022년을 마무리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올 한해 치지레이지를 아껴주셔서 감사드려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