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즐거움, 안 좋은 즐거움

<혹시 나도 도파민 중독일까?> 4편

좋은 즐거움, 안 좋은 즐거움

도파민 단식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이걸 안 하는 대신 뭘 해야 하느냐’에 관한 문제였다. 업무를 끝낸 후 책상을 정리하고 뒤돌아서면 금세 심심해졌다.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니 하루가 길어졌지만, 이렇게 생긴 시간을 채울 재미가 없었다. 무료함은 무기력으로 이어졌다. 이럴 바엔 숏츠라도 보며 키득거리는 게 낫지 않나. 결국 유혹을 못 이기고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는 날이 많아졌다.

내가 피하려 한 건 중독적 행동과 그로 인한 부정적 감정이었다. 일상의 모든 기쁨과 즐거움을 없애려던 건 아니었다. 영재 님[1]이 말한 것처럼, 만약 도파민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나눌 수 있다면 나는 어떤 기쁨과 즐거움으로 일상을 채워야 할까?

도파민은 즉각적인 보상에 반응한다. 행동의 보상이 바로 느껴져야 한다는 뜻이다. 룰렛을 돌리면 돈을 따고 (도박), 화면을 내리면 재밌는 영상이 나오고 (숏츠), 일을 하면 투두리스트가 채워진다 (일). 중독적 행동은 즉각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반대로, 결과가 한참 후에 나타나는 행동은 중독성이 낮다. 숏츠에 중독된 사람은 봤어도 벽돌 책에 집착하는 사람은 못 봤다. 쉽고 간편한 쾌락을 위한 자위행위에 중독될 순 있어도, 한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고자 노력하는 사람을 ‘중독자’라 부르진 않는다. 즉각적 보상과 반대로, 오랜 시간 노력해서 얻는 결과를 ‘지연적 보상’이라 부른다.

즉각적 보상은 나를 끊임없이 움직이고 힘 있게 만들지만, 없으면 견딜 수 없을 만큼 지루하게 만든다. 이제 나는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고 긴 호흡으로 오래 즐겁고 싶다. 이런 나를 위해 필요한 변화를 되짚어봤다. 스마트폰을 들고 웃는 건 쉬운 선택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는 좀 더 어렵고 까다로운 선택을 고집할 것이다.

1. 긴 호흡의 콘텐츠를 보고 감상문 적기
장편 영화나 드라마,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 가능하면 좋은 책을 읽고 짧게라도 글을 하나 써보자. 소비보다는 창작이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보람이 있다.

2. 매일의 할 일 대신 주월간 할 일 관리하기
오늘 할 일을 지우며 큰 기쁨을 느낀다. 어쩌면 나는 일이 아니라 투두 리스트에 중독된 건 아닐까? 앞으로는 매일 할 일을 과감하게 없애고 주간, 월간 계획만 간단히 적어 책상 앞에 붙이려고 한다. 순간적인 기쁨 대신, 일이 가져다주는 성취감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

3. 악기를 배우고 시간 들여 연습하기
최근 우쿨렐레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왕초보 영상을 보며 코드를 잡다 보니 손가락 끝이 아렸다. 지금은 고통이 재미보다 크지만, 계속하다 보면 곡 하나를 완벽하게 연주하며 즐거워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조금 두꺼워진 손끝을 매만지며, 뒤늦게 얻는 성취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4. 좋은 사람들과 관계 쌓기
관계 맺음에는 시간이 든다. 독후감을 쓰고, 긴 호흡의 프로젝트를 끝내고, 곡 하나를 연주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중독성 없이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나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거의 유일한) 일이기도 하다. 심심할 정도로 시간이 남는다면, 그 소중한 시간을 가족, 친구, 이웃과 함께하자.

5. 어떤 부분은 채우지 않고 가만히 두기
물론 심심하고 지루하고 불안한 하루가 될 것이다. 하지만 농한기를 보내는 농사꾼처럼, 큰 자극 없이 반복되는 일상을 그 자체로 아름답게 보는 시선을 기르고 싶다. 즐거움, 무료함, 인내심. 이 세 개 꼭짓점 가운데 무게 중심을 찾아 그 아래 가만히 서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잠자리에 들 때 조용한 즐거움이 나를 찾아올 것이다.


  1. "저는 과자와 빵을 '나쁜 탄수화물'이라고 부르고 통밀, 견과류, 과일을 '좋은 탄수화물'이라고 불러요. 이 원리를 그대로 도파민에도 붙여 보면, 숏폼 컨텐츠를 통해서 얻는 '나쁜 도파민'과 깨닫거나 성장할 때 얻는 '좋은 도파민'으로 구분할 수 있어요. 물론 나쁜 도파민과 좋은 도파민의 기준은 저만의 기준으로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가?'로 나누었어요!" ↩︎


🧘 결국 삶의 주도권을 찾기 위한 노력 아닐까요?

안녕하세요, 소신입니다. 한 주 늦게 <혹시 나도 도파민 중독일까?> 4편을 보내드립니다. 중독적 행동을 대신할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하며 마지막 글을 채웠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많다니! 이제 심심하다는 말은 함부로 못하겠네요…하하.

쉽고 간편한 즐거움에 취약한 환경을 벗어나 필요한 여건을 스스로 마련하는 일. 도파민과 중독에 대해 고민하는 스스로를 보며, 결국 이 역시 삶의 주도권을 찾기 위한 노력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찌는 듯한 더위’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을 지나고 있습니다. 덥고 습한 날씨에 저는 무기력과 더 자주 싸우게 되네요. 활기찬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남겨주실 모든 말을 방명록에서 기다리겠습니다. 😗


⛴️ 작은배 이모저모

  1. 작은배 블로그가 개편을 앞두고 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하다 보니 본질을 떠올리게 되네요. 앞으로 보여드리고 싶은 것, 집중하고 싶은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하고 있습니다. 깊은 고민을 담아 멋지게 바꿔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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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창작하는 아침 7월 모임 7일째 순항 중입니다. 이번 달에는 총 10명의 동료가 함께하고 있어요. 다양한 창작에 열과 성을 다하는 동료들을 보며 저의 창작 세계도 넓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