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에서 베이커로

맛있는 빵의 조건은 무엇일까?

회사원에서 베이커로
8만원짜리 오븐으로 빵 굽던 시절.

샌드위치 가게를 준비하며 제빵을 독학했다. 강력분과 중력분 차이도 모르는 회사원이 책과 유튜브로 제빵을 공부한다니. 돌이켜보면 꽤 무모한 도전이었다.

여태까지 수백 번 '망했다'를 외치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몽둥이 같은 바게트와 떡진 포카치아를 수없이 굽고 나서야 제빵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약 1년간 여러 손님의 피드백 그리고 책과 영상에서 만난 선생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조금씩 성장했다. 매일 수십 가지 빵을 만드는 베이커는 아니지만, 손님께 드리는 포카치아만큼은 그 누구보다 완벽하게 굽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맛있는 빵의 조건은 무엇일까? 지금껏 내가 치지레이지 빵을 책임지며 터득한 지식을 간단하게 정리해본다.

  1. 충분한 발효: 발효에 많은 시간을 들일수록 빵 맛은 더 깊어진다. 밀가루가 숨기고 있는 맛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효모를 적게 넣는 대신 발효 시간을 길게 가져간다. 1차 발효는 발효기에서 6시간, 2차 발효는 냉장고에서 18시간 한다. 반죽에 들어가는 풀리시 발효에 6시간이 필요하니, 총 30시간의 발효가 치지레이지 포카치아를 완성한다.
  2. 제대로 된 반죽: 쫄깃하지만 질기지 않게, 빵 특유 단맛이 나면서도 고소하게. 수분율은 75% 그리고 통밀과 중력분 비중은 15%와 25%로 맞춘다. 믹싱은 1단에서 15분, 2단에서 10분으로 글루텐 형성이 80% 이상 될 때까지 한다. 이후 반죽 상태에 따라 약 30분 간격으로 2번 이상 폴딩하여 마무리한다.
  3. 충분히 굽기: 오븐으로 설정할 수 있는 최고 온도로 예열 후 굽는다. 오븐 자체 스팀이 부족하다면 하단 트레이에 뜨거운 물을 부어주면서 스팀을 보강한다. 빵 겉면이 짙은 갈색이 될 때까지 충분히 구워준 후 1시간 가량 충분히 식혀준다.
  4. 보관 및 서빙: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식힌 빵은 밀폐용기에 보관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토스트 오븐으로 데운 후 서빙한다.

+ 소중한 자료

  1. Flour Water Salt Yeast - 미국 포틀랜드 Ken's Artisan Bakery를 운영하는 Ken Forkish가 출판한 베스트셀러. 제가 구매한 제빵 관련 자료 중 가장 도움이 많이 된 책입니다. 아티장 빵을 만드는 조건과 원칙을 쉽게 설명합니다.
  2. Baking Gods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 개인적으로 만든 제빵 영상 플레이리스트입니다. 도움이 많이 됐던 영상 위주로 모아봤습니다.
  3. 우리밀 전문가님 블로그 -  존경하는 베이커리 전주 로프(Loaf)의 사장님 부부가 운영하시는 블로그입니다. 덕분에 제빵 관련 지식뿐 아니라 베이커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배우고 있습니다.

+ 치지레이지 포카치아 업데이트 (Last updated on 2023-08-03)

  • 풀리시 대신 사워도우 스타터(르방)를 활용해 발효합니다. 한여름(실내 온도 약 28도), 반죽 무게 3.2kg 기준 스타터 20%와 인스턴트 이스트 1/8 티스푼이 들어갑니다.
  • 오븐에서 나온 빵은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충분히 식힙니다.
  • 첫 믹싱은 손으로 하고, 이후 반죽기 1단으로 ~30분 돌립니다. 믹싱 후 폴딩은 반죽 상태에 따라 2~3번 합니다.
  • 2차 냉장발효 후 성형할 때 최대한 가스가 빠지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발효 정도를 살피고 필요시 실온에서 최대 1시간 더 발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