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집중] 작은 진실 공모전 1회 : 강단과 소신의 가족 이야기

작품 모집을 시작하며, 강단과 소신의 작은 진실을 먼저 털어놓습니다.

[모집중] 작은 진실 공모전 1회 : 강단과 소신의 가족 이야기

안녕하세요, 작은배 강단과 소신입니다. 오늘 11월 12일, <작은 진실 공모전> 1회 작품 모집을 시작합니다. '가족'에 대한 3,000자 이하의 산문을 모집하고 있고요, 마감일은 2024년 12월 12일 목요일입니다.

작품 모집을 시작하며, 저희 두 사람의 가족에 대한 작은 진실을 먼저 털어놓습니다. '공모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 작은배 친구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마련한 핑계에 가까워요. 여러분께 작은 진실을 보내달라고 부탁하려면 저희의 이야기를 먼저 나눌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Illustration ⓒ 2024. 민은별 @minsilverstar. All rights reserved.

강단의 가족 이야기

"민석아, 엉덩이가 제일 중요하니까 잘 씻어야 한다."

사우나에 갈 때마다 아빠는 말했다. 엉덩이가 우리를 위해 온갖 더러운 일을 대신 해주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엉덩이의 노고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빠의 생각이었다.

아빠는 탕에 들어가 세게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물로 마사지하는 걸 좋아했다. 온탕에 들어가자마자 그는 재빨리 나를 위해 마사지 버튼을 눌렀다. "엉덩이를 마사지해야 해." 이렇게 말하는 것도 절대 잊지 않았다.

모든 근육을 골고루 마사지하기 위해 우리는 엉덩이로 원을 그렸다. 아무 말 없이 그 일에만 집중했다. 한번 시작하면 최소 5분 동안은 그러고 있었다.

이제 나는 혼자 사우나에 앉아 아빠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우리는 홀딱 벗은 채로 평소에 못 하는 솔직한 대화를 나누곤 했다. 아빠는 내 등을 밀어주고, 귀를 마사지해 주고, 잘생긴 아들이라며 나를 칭찬했다. 이런 순간들을 그리워하게 될 줄이야. 나의 사우나 동료였던 아빠가 보고 싶다.

-「Butt Does All the Hard Work」 번역 (2023. 4. 27 작성)

'가족'에 대한 소신의 작은 진실

공항 도착장 문이 열리고, 핑크색 패딩을 입은 언니가 웃으며 걸어 나왔다. 베를린에서 제주까지 20시간 넘는 이동 후에도 언니는 여전히 해맑았다. 짐을 나눠 들고 주차장에 가는 짧은 동안에 언니는 끊임없이 말했다. 재잘재잘. 이렇게 수다스러운 사람이 내향인이란 게 신기하고, 우리 언니가 벌써 서른두 살이라는 것도 새삼스럽다.

우리 언니는 귀엽다. 나와 언니는 꽉 찬 두 살 차이. 하지만 언니는 나보다 키가 작은데, 그 작은 몸으로 늘 쉬지 않고 말한다. 나는 ‘타이니(tiny) 타이니~’하고 언니를 놀린다. 그러면 언니는 ‘우씌~’ 하면서 기분 나빠하지만 그 모습마저 귀엽다. 언니는 ‘사람들이 다 날 좋아해!’라며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지만 나는 안다. 귀여운 걸 싫어하는 사람은 세상에 별로 없으니까 언니는 항상 확률적으로 유리하다.

얼마 전 아빠의 생일날이었다. 저녁 식사로 무얼 먹을지 오래 고민하다가 예약해 둔 식당을 찾았다. 민석이 농담처럼 아빠에게 물었다. ‘아버님은 은비랑 민혜 누나 중에 딱 한 명이랑 여행을 가야 한다면 누구랑 가실 건가요?’ 아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민혜’라고 답했다. 나는 너무 속상했지만, 자존심 때문인지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지 몰라도 괜찮은 척했다. 눈치 없이 질문한 민석이 미울 정도로 슬펐다. 놀라울 만큼, 지금까지도 아픈 마음이 낫질 않는다.

오늘은 치지레이지였던 작은배 사무실에 언니가 처음 와보는 날이었다. 언니가 도착하기 전에 장을 보러 나섰다가 다시 사무실을 향해 걷는데, 멀리서 핑크색 인간이 보였다. 너무 멀어서 얼굴은 안 보여도 언니가 확실했다. 언니가 올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반갑고 기분이 좋아서 ‘언니!’하고 부르고 싶었다. 너무 멀어서 들리지 않을 것 같아 관두고는 걸음을 서둘렀다.

그때 ‘민혜’라며 확신에 차 답하던 아빠의 얼굴이 떠올랐다. 살짝 얼굴에 열이 올랐다. 대답하기 전에 조금 망설이기라도 할 것이지. 저렇게 귀여운 사람이니 나라도 이해했을 텐데. 고민하는 척이라도 하지. 아빠는 너무 티가 나게 나보다 언니를 더 좋아한다.

- 「귀여운 언니를 둔 자의 숙명」 (2024. 1. 26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