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배가 항해하는 방법

'으뉴 출판사'와 진행한 인터뷰 전문입니다.

작은배가 항해하는 방법
안녕하세요, 강단과 소신입니다.
<으뉴 출판사>의 제안으로 짧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식당 '치지레이지' 시절부터 2년 가까이 꾸준히 발행하고 있는 팟캐스트 '강소팟'에 대한 이야기까지. 섬세하게 짜인 질문 덕분에 지난 4년 간의 시간을 꼼꼼하게 돌아볼 수 있었어요.
현재 411명의 구독자님, 후원자님이 작은배 소식을 메일로 받아보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저희를 지켜본 분도 있지만, 작은배를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분도 있을 거로 생각하는데요. 이번 기회에 작은배의 철학을 자세히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인터뷰 전문을 보내 드리게 되었습니다.
인터뷰를 읽고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작은배 방명록에 남겨 주세요. 덧붙여, 콘텐츠 활용에 동의해 주신 <으뉴 출판사> 진수 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주에서 작은배를 운영하는 강단과 소신입니다. 저희 두 사람은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업자이자, 부부입니다.

2. 앞서 '치지레이지'라는 비건 샌드위치 샵을 운영하다가 접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치지레이지'를 운영하게 된 계기와 결국 폐업을 하시게 된 이유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내가 완전한 주인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퇴사 후 서울을 떠나 제주로 왔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많은 것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업을 고민하다가, 평소 선망하던 요식업을 선택했고요. 그렇게 시작한 식당이 비건 샌드위치샵 치지레이지입니다. 2022년 5월에 문을 열어, 약 1년 6개월 동안 운영했습니다.

치지레이지를 열기 1년 전부터 웹사이트에 정기적으로 글을 발행했고, 식당 운영에 관한 철학과 비건 레시피를 모두 공유했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팟캐스트를 함께 발행했고요. 그러다 보니 ‘우리는 음식보다 콘텐츠로 사람들과 더 연결되고 싶은 거구나’ 어느 순간 깨닫게 됐어요. 

2023년, 치지레이지 첫 생일 기념 티셔츠를 입고.

3. 현재는 '작은배'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계시는 데요. '작은배'에 대한 소개와 함께, '치지레이지'를 운영할 때와는 어떤 점이 크게 다른지도 궁금합니다.

작은배는 ‘자기이해’와 ‘자기표현’을 중요한 키워드로 삼고 모임, 팟캐스트, 출판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자기만의 항로를 따라 나아가기 위해 뜨거운 증기를 내뿜는 작은 배처럼, 나에게 맞는 삶의 모양을 고민하고 실험하는 사람들과 함께합니다.

치지레이지의 철학, 태도, 운영 방식이 작은배에도 많은 부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 같아요. 여전히 저희는 대부분의 일을 직접하고, 주인의식을 느낄 수 있는 일만 하려고 애쓰고, 가파른 성장을 경계하고, 말보다 창작으로 증명하고자 노력합니다.

4. 인스타 계정도 있지만, 팟캐스트 '강소팟' 주된 소통 채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 팟캐스트였으며, 팟캐스트를 주된 소통 채널로 활용할 때의 장단점도 함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희 두 사람이 평소에 많이 소비하는 콘텐츠 중 하나가 팟캐스트였기 때문에, 언젠가 팟캐스트를 꼭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팟캐스트 시장 자체가 크지 않고 얼굴을 드러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만약 강소팟이 대박 난다고 해도 일상생활에 큰 변화가 없을 것 같아서 좋았어요. 2년 가까이 팟캐스트를 운영하면서 단점으로 꼽을만한 점은 찾지 못했습니다.

5. 팟캐스트 채널에 대해 조금 더 질문을 드려볼까 합니다. 팟캐스트 제목과 주제들을 보면 어떤 날들의 일기 같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팟캐스트 주제에 대한 영감은 보통 어디서 얻으시는 편이신가요? 추가로, 어느 순간부터 인터뷰 보다는 두 분만 등장하시는 회차만 올라오고 있는데 따로 이유가 있으실까요?

같이 일하면서 함께 사는 사이다 보니 평소에 대화가 많은 편입니다. 저희는 미팅 시간을 따로 갖지 않기 때문에, 커피를 마시거나 산책하며 수다를 떨다가 에피소드 주제에 대한 영감을 얻고는 합니다. 그래서 평소 두 사람의 관심사, 가치관이 강소팟에 그대로 반영되는 편입니다.

강소팟을 운영한 지 이제 곧 만 2년이 되는데요. 작년 말쯤, 팟캐스트의 지속 가능한 운영에 대해 여러 고민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콘텐츠가 아무래도 제작에 훨씬 많은 품이 들어요. 그래서 주제 선정과 일정 조정이 쉬운 저희의 대화 콘텐츠를 자주 발행해 보자고 결론을 냈어요. 강단과 소신의 개인적인 생각이 솔직하게 드러날수록, 듣는 분들도 좋아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인터뷰 콘텐츠를 아예 접은 건 아닙니다. 멋진 분을 만나 이야기 나눌 때면, 이 대화를 강소팟에 담고 싶다는 생각을 여전히 합니다. 기회가 있으면 계속 시도할 거예요.

2024년, 팟캐스트 녹음 현장.

6. 요즘 시대는 소비자 및 고객을 더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느끼는데요. 그런 관점에서 '작은배'는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고도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창작'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 특정 형식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요. 이런 행보에는 남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데, 관련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분석할 의미가 있을 만큼 많은 데이터를 가진 대형 회사가 아니라면, 소비자를 세분화하는 게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강단과 소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창작해서 보여주면 저희와 비슷한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회사에 다닐 때 당연하게 생각했던 여러 마케팅 방법을 어느 순간 조금씩 의심하게 됐어요. 이제는 어떤 브랜드가 저를 ’여성/30대/비서울’ 등 몇 가지 키워드로 납작하게 이해한다면 조금 불쾌할 것 같아요. 제가 입체적이 되고 싶은 만큼 작은배를 통해 만나는 친구들을 각각의 개인으로 이해하고 싶고, 그렇게 대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은배로서 하는 일을 특정 형식에 국한한다면, 저희는 이 일을 오래 지속하지 못할 것 같아요. 틀에 갇히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계속 시도할 수 있는 지금이 좋습니다.

7. 현재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진행하고 계십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와 해당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정말 어려운 질문입니다. 그래도 딱 하나를 꼽자면 ‘창작하는 아침’ 모임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매일 아침 6시~7시에 온라인에서 모여 창작으로 하루를 열고, 아카이브 웹사이트에서 창작 일지를 나누며 연결되는 모임인데요. 매월 15명~20명의 창작 동료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2024년 5월부터 지금까지, 1월 1일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아침에 창작 동료들을 만났어요. 덕분에 온라인에서도 충분히 멋진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창작하는 아침’에서 만난 동료들과 재밌는 기회로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하기도 했어요.

인구 밀도가 낮고 서울에 비해 청년 인구가 적은 제주에 살다 보니, 오프라인만큼 온라인에서 우리에게 잘 맞는 환경을 구축하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게 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창작하는 아침’은 여러모로 작은배에게 의미가 큰 모임입니다.

2025년, 제주북페일에서.

8.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 같은 게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특별한 목표나 계획은 없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모임을 열고, 책을 만들고, 콘텐츠를 발행하고 싶습니다. 

9. 독서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과 이유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책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작지만 지속 가능한, 작아서 더 재밌는, 작고 알찬 회사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재밌게 읽으실 것 같아요. ‘작은배’라는 이름을 짓게 된 힌트를 얻은 책이기도 합니다.

10. 작가님만의 ‘으뉴’는 무엇인가요? (여기서 '으뉴'란 작가님만의 키워드나 삶의 태도, 가치관, 철학, 취향 등을 의미합니다.)

‘작은배’처럼 사는 삶의 태도를 저의 으뉴로 꼽고 싶습니다. 작은배처럼 살면서, 더 많은 작은배와 연결되고 싶습니다.

11.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편하게 해주세요.

질문 잘 정리해 주셔서, 덕분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것 같습니다. 생각할수록 곱씹게 되는 질문 주셔서 고맙습니다.


인터뷰 발행 2025년 4월 22일
인터뷰 진행 으뉴 출판사
인터뷰 답변 강단과 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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