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라서 행복해요

잘하지 못해서 오히려 좋았던 적 있나요?

초보라서 행복해요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블로그

며칠 전부터 소신은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PT 가격이 비싸서 회원권만 구입했는데요. 이왕 시작한 거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유튜브에 ‘헬스장 여자 초보 루틴’을 검색했습니다. '오늘 가서 딱 세 가지 기구만이라도 써봐야지' 다짐하며 사용법과 올바른 자세를 익혔어요. 그렇게 도착한 헬스장. 시꺼먼 운동 기구 사이에서 원하는 걸 찾는 것조차 어렵더군요. 거울 앞에서 쭈뼛쭈뼛, 기구의 핀을 뺐다 끼웠다, 무게를 늘렸다 줄였다. 왕초보 냄새를 폴폴 풍기며 이곳저곳을 누볐습니다.

운동 영상을 보다 보면 꼭 이런 댓글을 발견합니다. ‘헬스장만 가면 왜 이렇게 눈치 보일까요?’ ‘오늘도 러닝머신만 뛰고 왔어요.’ 소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는데 평가받는 기분이 들어요. 이상적인 신체에 대한 강박과 초심자로서 느끼는 두려움 때문에 지금껏 허비한 수십만 원의 회원권. 이번에도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운동 꽤나 한 것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 때면 부러 생각했어요. ‘나는 초보다. 초보가 아닌 척하지 말자.’

오늘은 ‘초보’를 주제로 작은배 레터를 꾸려 보내드립니다. 운동 초보가 된 소신이 요즘 누리고 있는 기쁨, 그리고 ‘초보’라는 단어에 담긴 뜻을 다뤘어요.

💌 작은배 레터에 담긴 이야기

1. 초보가 프로보다 좋은 점 : 초보 시절 100% 즐기기
2. 도로 위의 초보들 : 초보를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
3. 작은배 소식 모음 : 1️⃣ 강소팟 Ep.32 교육자 '이오덕'의 본질 2️⃣ 아침을 여는 수다, 강단의 모닝쇼 3️⃣ 강단이 추천하는 생산성 앱 3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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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은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때 겪는 좌충우돌을 좋아합니다. 숙련자만 알 수 있는 세상이 있듯, 초보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있거든요.

어제 소신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깨 운동을 했습니다. ‘이게 맞나?’ 갸우뚱하면서도 배운 것에 충실했더니, 다음 날 어깨에 근육통이 생겼어요. 물렁 살밖에 없던 이곳에도 근육이 숨어있었구나. 신기하고 뿌듯했습니다. 해본 적 없는 일에서 가파른 성장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초보가 되는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요. 1에서 10을 만드는 과정은 지루하겠지만, 지금은 0에서 1을 향해 가며 얻기 쉬운 기쁨을 마음껏 누려도 좋을 거예요.

대놓고 칭찬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도 초보만의 특권입니다. 운동을 다녀오면 소신은 강단을 붙잡고 오늘 이용한 기구, 자극한 근육, 달린 시간을 줄줄 늘어놓습니다. '나 잘했지?' 눈빛을 발사하면서요. 다행히도 강단은 누군가의 성장을 지켜보며 함께 기뻐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몇 주 후에도 지금처럼 칭찬을 요구하면 강단이 피곤해할 테지만, 초보자에게 야박하게 굴어선 안 된다는 공감대를 소신이 잘 써먹고 있어요.

초보의 장점을 하나씩 떠올리고 있자니, 노련해지기 위해 미숙한 단계를 견디는 것이 아니라 초보가 되는 것 그 자체를 목표로 삼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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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가 가장 많은 곳은 도로 위가 아닐까 싶습니다. 초보가 되길 기다려온 사람처럼, 재치 있는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인 차를 보면 웃음이 나곤 하는데요. 그중 소신이 가장 좋아하는 문구는 ‘결초보은 : 이 은혜 나중에 다른 초보에게 꼭 갚겠습니다’ 입니다. 은혜를 다른 사람에게 갚겠다니, 웬만한 잘못은 다 봐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나요? 소신도 운전을 시작한 지 1년이 안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초보 티가 물씬 나는 차를 만나면 마음이 쓰이고, 속도를 자연스럽게 줄이게 돼요.

초보라는 단어를 뜯어 보면 처음 초(初)에 걸음 보(步), 그러니까 ‘처음으로 내딛는 걸음’이라는 뜻이 담겨있어요. 세상에 태어나 첫걸음마를 떼는 아이의 모습이 절로 생각나는 표현입니다. 물론 첫걸음을 내딛던 순간을 기억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때 받았던 무조건적인 응원이 분명 다음 걸음을 딛고, 걷고, 뛸 힘을 줬을 거예요.

성인이 된 초보자에게 필요한 것 역시 배려와 응원이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그러니 이제 막 시작한 일을 잘하지 못한다고 움츠러들거나 쉽게 그만두지 않으려고요. 문자 그대로 ‘초보’였던 어린 시절을 잊지 않는 결'초보'은의 자세. 낯선 세상에 처음으로 걸음을 내딛는 나 자신과 남을 대할 때 꼭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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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팟 Ep.32 교육자 '이오덕'의 본질

강단과 소신이 되고 싶은 어른은 어떤 모습일까요? 깊게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본질을 탐구하는 시간. 강소팟 32화는 ‘이오덕’의 본질을 다룹니다. 초등학교 선생님, 우리말 지킴이, 글쓰기 운동가로 활동했던 이오덕의 삶을 돌아보며 '멋진 어른'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강단과 소신이 찾던 진짜 어른에 대한 이야기, 강소팟 32화는 애플 팟캐스트⁠⁠⁠⁠스포티파이⁠⁠⁠⁠유튜브⁠⁠에서 지금 바로 들을 수 있습니다.

강단과 소신이 소장하고 있는 이오덕 선생님의 책. 저희가 정말 좋아합니다.

아침을 여는 수다, 강단의 모닝쇼

아침 6시에 모여 창작하는 온라인 모임, ‘창작하는 아침’이 끝나는 아침 7시가 되면 간단한 인사를 나누며 라이브 방송을 마무리하는데요. 언젠가부터 강단이 방송을 끄지 않고 동료들과 두런두런 수다를 떨더라고요. 그 모습이 재밌어서 라이브 영상을 모아 편집해 봤습니다.

럭키비키부터, 강단의 쿠팡 추천템, ChatGPT로 만드는 추석 안부 인사까지. 종잡을 수 없는 수다의 흐름이 잔잔하게 웃겨요.

강단과 소신이 모시고 사는 고양이, 쫑까와 반반도 자주 출연합니다.

강단이 추천하는 생산성 앱 35가지

심심하면 ‘재밌는 앱 없나~?’하며 검색해 보는 강단. 그가 수많은 앱을 깔고 지우면서 찾은 보석 같은 생산성 앱을 모았습니다. 강단이 추천하는 생산성 앱 목록은 작은배 후원자를 위한 비공개 콘텐츠입니다. 작은배 후원자라면 jagunbae.com에서 언제든 읽을 수 있어요.


🫠 잘하지 못해서 오히려 좋았던 적 있나요?

강단과 소신이 2024년 들어 새롭게 시작한 일을 떠올려봅니다. 퀼트, 우쿨렐레, 헬스, 라이브 방송, 스탠드업 코미디. 모두 여전히 초보거나 이제 막 초보 단계를 벗어난 수준이에요.

벌써 9월 말이 되었으니 2024년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올해 안에 무언가를 마스터하는 건 어렵겠지만, 새로운 일을 시작해서 기꺼이 초보가 되는 건 열 번도 넘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이 새롭게 시작한 것, 배우고 있는 것이 있다면 강단과 소신에게 자랑해 주세요. 작은배 방명록에서 기다리겠습니다.

👀 오늘 레터와 함께 보면 좋은 콘텐츠

1️⃣ 글 : 초보가 되는 연습
2️⃣ 글 :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진짜 시작'
3️⃣ 팟캐스트 : (용기)에 대한 강단과 소신
4️⃣ 마감된 모집 : 치지레이지를 빌려드립니다
❤️‍🔥 작은배를 함께 만드는 31명의 열렬한 후원자들

- 길보트·어므므 우두머리 길영배
- 커피가게 우리는 호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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